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피드백에 관하여: 1 - 피드백은 정말 사람을 바꾸기에 좋은 방법일까요?

**모든 정신과가 다 좋고 모든 심리상담이 다 별로라는 얘기를 하려고 하는게 아닙니다. ** + 심한 수준의 약을 먹은건 아닙니다.

저는 종종 힘든 시절에는 정신과나 심리상담을 다니곤 했습니다. 버팀목이 필요해서요. 정신과를 다녔을 땐 항상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지만 심리상담은 그렇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. 심리상담에는 200만원이 넘는 돈을 태웠는데도 불구하고요. 왜 심리상담은 저에게 많은 변화를 주지 못 했고 정신과는 훨씬 적은 자원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을까요? 피드백, 환경 조성과 관련해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.

심리상담 - 피드백

심리상담사 선생님은 저에게 항상 좋은 피드백을 주었지만, 저는 마땅히 바뀌는게 없었습니다.
저에게 개선점을 알려주긴 했지만 어떻게 하면 잘 개선해볼 수 있는지에 대한 솔루션은 하나도 제안해주지 않았습니다. 더군다나 몇 개는 저도 이미 인지하고 있던 것들이기도 하고요.
극단적으로 말 해보면 그저 누구에게 하든 적용되는 말들만 해줬던 것 같기도 하고, 저를 잘 타일러주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. 개선점을 알려준다고 해결이 될 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이 다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요?
왠만한 피드백은 잠시 충격을 준다 하더라도 충격이 유지되는건 길어야 일주일이요,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. 이미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왔는데 그걸 한번에 바꾸라고요?
이미 몸에 베어있는 많은 습관들을 고치려면 작은 것부터 점진적으로 바꿔나가는게 당연히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. 하지만 피드백으로는 그런 난이도 조절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.
쓴 소리도 정말 많이 듣고 시간과 돈도 정말 많이 태웠지만 상담을 다닌 4달동안 저는 바뀐게 전혀 없었습니다.
피드백으로 사람을 바꾼다는건 정말 좋은 방법일까요? 피드백보다 더 효율적이고 아름답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?

정신과 - 환경 조성

반면에 정신과는 시간과 금전적 자원을 별로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항상 좋은 결과가 있었습니다. 심리상담이 더 건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(저에게는) 검증된 정신과를 찾아가지 않고 심리상담을 찾아갔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신과가 더 건설적이고 좋은 방법일 수도 있겠어요.
상담처럼 1시간동안 대화를 나는 것도 아닌데 왜 도움이 되었을까요? 몇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.

약(항우울제 등)

일단 제정신 차릴 수 있게 도와주는 약을 처방해줍니다. 선생님께서는 항상 지적 성장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, 일단 지적 성장이 이뤄질 수 있는 수준까지 상태를 돌려놓고 그 다음 생각해보자는 전략이었던 것 같아요.
= 현재 처한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게끔 난이도를 조절해주는 약을 처방해줍니다.

존경심과 신뢰

정신과 서재에 꽃혀있던 책들 혹은 추천해주신 여러가지 매체가 저에게 정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. 철학적인 태도도 그렇고, 선생님께서 쓴 책도 정말 괜찮게 읽어서 치료를 믿고 따라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
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

직접적으로 피드백을 준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. 하지만 발전할 수 있게 상황에 맞는 여러 작품을 추천해주신다거나, 정말 "생각해오세요" 과제를 주는게 아니라 그저 "생각해보면 좋겠다" 라는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생각할 거리를 툭툭 던져주셨어요. 그런 말들을 듣고 생각하면서 더 발전하고 괜찮아지는 방법을 더 빨리 찾아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.

편함

심리상담은 갈 때마다 약간의 심리적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지만 정신과를 가는건 단 한번도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없습니다. 오히려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기대가 될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.

그래서 - 피드백은 과연 효율적인 방법일까요?

과연 피드백은 사람을 바꾸기에 괜찮은 방법일까요?
앞서 적었던 얘기들처럼 피드백은 받는 사람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더라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. 단발성 자극으로 짧게는 몇 주, 길게는 몇 년동안 만들어진 습관을 바꾸기는 힘들 것 같아요. 자극이 정말 강력하지 않는 이상 말이에요. 너무 강력한 피드백이라면 오히려 더 망가질 수 있는 리스크가 있기도 하고요.
바뀔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게 조금 더 아름다운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. 오랫동안 형성된 습관을 고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방법으로요. 개인적으로는 의사선생님이 이걸 정말 잘 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. 처방을 통한 처한 상황에 대한 난이도 조절로 더 편하게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고, 유대감과 신뢰를 형성해서 믿고 따를 수 있도록 관계를 만들고, 조금씩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발전할 수 있는 주제를 던져줬습니다. 따라서 오랜 시간동안 형성된 것들을 조금씩 덜어내고 새로운 것들로 채워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.
어쩌면 누군가 진정 바뀌기를 원한다면, 피드백을 주는 것보다 그 사람이 바뀔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게 더 아름답고 효율적이지 않을까요?

#생각들 #피드백에_관하여